1차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는 이것이 유서가 되기를 바란다 글씨를 쓰는 것이 손에 익지 못하는 날에 나는 활자에서 도망했으나 그것은 나를 철저히 추격했다. 나는 결국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을 서툰 손짓으로 쓰고는 비뚜름한 글자들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문자와 의미 없는 장난을 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스쳤다. 날이 많이 싸늘해졌고 나는 두터운 옷을 꺼내 입었다. 여전히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었다. 뱃속까지 찬 기운이 들면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죽음이었다. 나는 늘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나 죽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이상하다고는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삶은 죽음에서 기원했고 죽음으로 달음박질했다. 끝과 시작이 같은 존재는 꼬리를 입에 문 독사와 같아서 나는 서서히 독에 취했고 동시에 죽음으로 한없이 다가갔다. 나는 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