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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카게/오이카게] 조각글 백업

톨쟌 2016. 8. 30. 14:30




! 사망소재(자살) 주의 !




쿠니미 아키라x카게야마 토비오



우리는 파훼된 인생을 살며 종말을 향해 걸었다. 같은 길을 걷되 함께 걷는 것은 아니었고 나는 그것이 아파서 검게 울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우리는 걸었고 우리의 뒤로 남는 발자욱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했다. 나는 나의 존재를 의심했고 너는 너의 존재를 의심했다. 철저히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이었다. 나는 네 입에 물린 담배가 애처로웠고 너는 내 손에 들린 진한 커피를 쳐내고 싶어 했다. 우리는 중독자들이었고 스스로의 중독에는 무뎠으나 서로의 중독에는 예민했다. 지독하게 이타적인 동시에 이기적이었다.


너는 나와 같이 죽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하나의 죽음이 아닌 각각의 죽음일 것을 직감했고 거절을 표했다. 죽고 싶지 않아? 너는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고 싶어. 너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나는 새카만 커피를 목 뒤로 넘겼다. 절망의 맛이 났다. 나는 어쩌면 절망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게야마, 잠자코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감았고 뱃속에서는 고통이 물결쳤다. 나를 사랑해? 너는 답을 아는 물음을 던졌고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너는 거짓말을 골라내는 데에 능숙했고 나는 그것을 모른 체 하는 것에 익숙했다. 


희고 붉은 알약들을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숨이 막혔다. 씹어 삼킨 것들은 목에 생채기를 내었다. 약기운이 돌기 전이었으나 머릿속이 혼미했다.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거친 호흡이 잇새로 새자 손을 뻗어 입을 눌렀다. 세상이 온통 빙빙 돌았다. 몰려오는 공포는 본래의 나의 소속과 다를 것이 없어서 오히려 평화로웠다. 웃음이 날 것 같아서 입을 더 세게 틀어막았다. 눈꼬리에 맺히는 것은 기쁨이었고 어쩌면 슬픔이었다. 쿠니미 아키라, 나를 기억해. 죽는 순간에 나를 기억해. 끝의 언어는 아름답지 못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너의 이기적임을 사랑했으므로 나는 울었다.






오이카와 토오루x카게야마 토비오




그들은 종종 세상의 끝에 섰다. 한 발짝만 내딛으면 끝이 오는 곳에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곤 했다. 죽음을 용기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삶을 용기내지 못해서였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저녁은 거짓이었다.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알았으나 알지 못함을 연기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끌어안았고 카게야마는 그 품 안에 고개를 묻었다. 아득한 허공에 한 쪽 발을 가져다 대고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두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실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 끝에서 내려오면 지옥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울음이 묻은 원망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헤어져, 제발 헤어지렴. 애원하는 말을 한참 듣고 나면 홀로라도 다시 끝을 향해 걸었으나 그것은 늘 혼자가 아닌 순간으로 끝이 났다. 함께 있는 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죽음을 입에 담지 않았으나 삶도 말하지 않았다. 경계의 위에서 그들은 사랑만을 뱉었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사방이 온통 거짓이었다.


마침내 찾아온 끝의 끝에서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랑을 속삭이는 말소리는 발 끝에 붙은 죽음의 냄새에 휩쓸려 어지러이 흩어졌다. 까마득한 나락으로 던져지는 것은 더 이상 구분이 무의미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거짓이 아닌 웃음을 웃었고 그것은 흰 꽃에 파묻힌 사진의 것보다도 짙었다. 연인의 세상은 끝이 났다. 더없이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