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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HQ

[히카게] 파파라치?



*카게른 전력 43회차 주제 '파파라치'참여했습니다:)




[히카게] 파파라치?



   작은 강당 안에 사람이 가득 찼다. 핸드폰부터 고급 dslr까지, 온갖 종류의 카메라를 들고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설렘 가득한 웅성거림이 울린다.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내 가수의 예쁨을 찍어 남기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 팬들로 가득한 객석에서는 간간히 오빠를 부르는 비명들이 튀어오른다. 그래, 여기는 떠오르는 대세 아이돌 그룹 ‘카라스노'의 활동 마무리 전 마지막 팬사인회 현장이다.



   “하나, 둘 셋,”

   “Fly fly fly! 안녕하세요, 카라스노입니다!”

   “꺄아아아아!”



   열 명의 훤칠한 청년들의 인사에,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터진다. 대범한 팬들은 오빠에게, 그리고 몇몇은 심지어 형에게 여기 좀 봐 달라며 이름을 연호하기도 한다. 멤버들이 모두 자리를 잡아 앉은 후, 리더 다이치가 웃으며 오른손 검지를 세워 입술에 갖다댄다. 그리고는 입 모양으로 ‘쉿', 하는 모습에 팬들의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다. 아, 리더 오빠 존잘력에 무릎스무디. 쉿이래, 쉿. 졸귀보스...팬들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말풍선들은 금새라도 부풀어 팡 터져버릴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많이 와 줘서 고마워요, 늘 예쁜 내 사람들.”



   그러고선 해사하게 웃어 보이는 스가의 모습에 어김없이 눌러지는 셔터들. 조잘거리며 멘트를 주고 받는 멤버들을 보며 팬들은 오늘도 가슴앓이를 한다. 진짜, 스가 오빠 청량함의 끝을 달린다. 오빠 사이다 광고 찍어주세요! 야, 어떡해, 오늘 노야 오빠 완전 애기야, 애기. 코디언니 감사합니다 절 받으시죠. 아사히 오빠는 확실히 머리 자른게 신의 한 수였다. 진심 우주미남. 타나카 오빠 또 장난치다가 매니저님한테 혼났나봐. 사스가 이 시대 최고의 비글돌. 엔노시타 오빠 지금 나 보고 웃었지? 미쳤냐? 나 본거거든? 시끄럽고 우리 츳키 오빠 봐라. 오빠 오늘 렌즈꼈다고! 아 어떡해 얌굿 오빠 개졸귀 우주씹덕! 스냅백 우주존엄이다 진짜.



   그리고, 셔터 소리에 어지러이 얽혀 들어가는 팬들의 앓이에 빠지지 않는 말.



   “아, 오늘도 히파라치 떴다.”



   히파라치, 히나타와 파파라치의 합성어, 히나타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 시도 때도 없이 몰래 카게야마의 사진을 찍어 sns나 공식 홈페이지에 푸는 취미를 갖고 있어 생긴 별명이다. 심지어 찍는 사진 하나 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예뻐서 팬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파파라치가 아니라 홈마스터 수준이다', ‘히나타 오빠 솔직히 카게야마 오빠 팬홈 열어야 할 듯' 등등의 반응을 얻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나타의 별명이 파파라치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음.



   “진짜 꾸준해, 히나타 오빠.”

   “솔직히 카게야마 오빠 알지 않을까?”

   “놉. 저 오빠 눈새라서 레알 모를걸.”



   카게야마가 히나타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 은근슬쩍 핸드폰을 꺼내 츠키시마를 끼고 한 칸 너머에 앉아 있는 카게야마를 열심히 찍고 있는 히나타를, 카게야마 본인은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뭐, 히나타가 찍는 게 다른 멤버였다면 적당히 모른 척 하고 있는 거구나, 했겠지만, 그게 카게야마라면...... 저건 정말 모르는 거다, 정말 눈치 못 챈 거다. 팬들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우리 오빠,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역시 내가 데려가야 하나? 적당히 해라, 좀. 아, 아, 아파 야! 잘못했어!



   “자, 이제 드디어 질문 타임! 번호 뽑을 테니까, 부르면 손 들어요!”



   오늘도 느낌표가 한 가득인 니시노야의 말투에, 팬들은 귀엽다며 또 난리다. 음, 9번! 손들어봐요 9번! 어디 있어! 헐, 지금 9번 불렀지? 여기요! 여기요 오빠! 손을 번쩍 들고는 흔드는 여학생에게, 응, 거기 귀여운 친구! 누구한테 질문할래요? 하고 건넨 니시노야의 대답은 심장에 무리를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덕후는 생각보다 강하다. 여학생은 잔뜩 들떴다는 티를 팍팍 내며 발개진 얼굴로 히나타 오빠요! 소리친다. 엑, 나한텐 질문 안해?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 여학생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자 니시노야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장난이야, 장난. 쇼요, 마이크 받아!



   “저한테 무슨 질문 하시려구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히나타의 모습에 여학생이 수줍은 듯 입을 막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몸을 핀다.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나온 질문은, 객석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 충분했다.



   “히파라치라는 별명,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던진 여학생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에 앉아 버린다. 와아아, 쏟아져 나오는 웃음에 히나타 본인도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멤버들도 킥킥대고, 심지어 츠키시마의 입꼬리마저 미묘하게 올라갔는데, 카게야마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 카게야마 오빠, 인터넷 잘 안한다더니 히파라치도 모르나봐. 표정 봐, 진짜 애기다, 애기. 우주씹덕. 그렇게 카게야마만 이유를 모르는 웃음바다가 지나간 후, 히나타가 큼큼, 목소리를 고르고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댄다. 무슨 대답이 나올 지 궁금한 마음에 팬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셔터 소리만 계속 찰칵댄다.



   “어, 히파라치, 일단 되게 재미있는 별명이라고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늘 예상치 못한 말로 팬들의 의도치 않은 심쿵을 유도하는 히나타였기에, 뒷 말을 기다리는 객석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역시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고, 좀 다른 의미의 심쿵을 유도했다.



   “귀엽고 예쁜 걸 많이 찍고 싶어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별명이에요.”



   잠시, 정적.



   그리고 몇 초 뒤 자그맣게 웅성대는 소리. 지금 오빠가 뭐라고 한 거니? 귀엽고 예쁜 걸 많이 찍어? 히파라치의 유일한 피사체 카게야마 오빠 아니니? 카게야마 오빠가 귀엽고 예쁘단 거야? 미친, 대박, 히카게 리얼인듯. 사귄다. 내가 웬만해선 이런데서 음지발언 자제하라고 했을텐데, 야, 이건 진짜 역대급 떡밥이다. 사귄다. 조만간 결혼 발표한댄다. 와, 미친. 진짜 파파라치 조심해라, 둘이 열애설 터지면 큰일이다. 현게네, 현게. 내가 뭐랬냐, 히카게 사귄댔지? 저건 그냥 친구의 관계성이 아니랬지? 솔직히 세상 어느 남자사람이 자기 친구 사진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막, 어휴. 내가 그때부터 알아봤어. 사귄다. 리얼이네.



   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나 왠지 모르게 조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는 히나타를, 카게야마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매섭게 째려본다. 저 바보, 이런데서 티 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눈살을 찌푸리며 히나타를 쳐다보던 스가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으로 불꽃을 쏘는 듯한 다이치의 모습을 보고 조금 움찔한다. 히나타, 큰일 났네. 숙소 가서 대차게 혼나겠구만. 뒷머리를 벅벅 긁던 스가는 벙찐 니시노야의 앞에 놓인 번호표 통을 제 앞으로 끌어왔다. 어휴, 나라도 진행을 해야지. 자, 다음 번호 뽑을게요!



   그날 밤, 모 익명 커뮤니티에는 다음과 같은 후기글이 올라왔다고.



오늘자 카라스노 팬싸 포스트잇.jpg


<사진>


(모바일 배려)

질문-히나타 오빠가 막내라인에서 제일 좋아하는 멤버는?

답-토비오. 귀여워요!


이거 히나타 오빠한테 답변 받은건데ㅋㅋㅋㅋㅋ후기 많이 올라온 질문타임 그거도 그렇고 히나타 오빠가 카게야마 오빠 엄청 귀여워하는듯ㅋㅋㅋㅋㅋㅋㅋㅋ




best

솔직히 오늘 ㅎㅋㄱ 대란 수준임ㅋㅋㅋㅋㅋㅋㅋ오빠들이 입 벌리고 떡밥 집어넣어주는 ㅎㅋㄱ 파세요 여러분


best

오늘 진짜 난리났다 귀엽다 예쁘다 앞으로도 계속 이 별명 유지하겠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주먹울음





   그리고 아무도 모르겠지, 히나타가 그 글을 보고 킥킥대며 웃다가 뭘 웃냐고 타박하는 카게야마에게 슬쩍 입맞췄다는 사실을. 오늘도 카라스노 커퀴들은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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