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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HQ

[쿠니카게] 오리온자리



*쿠니카게 전력 12회 주제 '별' 참여했습니다.

*키타이치 쿠니카게. 사이가 벌어지기 전.

*짧습니다.




쿠니미 아키라x카게야마 토비오

오리온자리




누워서 밤 하늘 본 적 있어?”

 

겨울의 해는 일찍 자취를 감춘다.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어둑한 길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던져진 쿠니미의 물음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니, 없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의 손목을 쿠니미가 가벼이 그러쥔다. 나랑 별 보러 가자. 가지 않을래, 도 아닌 가자, 결정짓는 말에 카게야마는 잠시 우물쭈물한다. 집에 늦게 들어가면 안 되는데머뭇거리는 말은 뒤꽁무니가 흐리다. 그러나 이내 파란 눈동자에 알지 못하는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차고,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쿠니미는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눈이 한가득 쌓인 들판이다. 여기 누워서 별 보는 거야? 물음을 던진 카게야마는 쿠니미가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가방을 내려놓고는 거침없이 눈 위에 등을 묻는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쿠니미는 저도 따라 주섬주섬 가방을 내리고 천천히 등을 댄다. 나란히 누운 두 소년의 위로 펼쳐진 검푸른 밤하늘에는 드문드문 별이 박혀 있다. 별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 시무룩한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쿠니미는 작게 웃는다. 별 보는 거, 내심 기대했나봐. 쿠니미의 중얼거림에 카게야마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비죽인다. 웃음을 그친 쿠니미는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입을 연다.

 

카게야마, 저기 밝은 별 세 개 나란히 있는 거 보여?”

 

저 별 세 개가 허리띠거든. 그리 말한 쿠니미는 오른손을 주욱, 하늘 쪽으로 뻗고는 손가락으로 모양을 그려낸다. 상체를 지나서, 여기가 팔, 그리고 저기가 손에 쥔 칼이고저긴 다리. 하나하나 손으로 별자리 모양을 짚어낸 그는 기묘한 말투로 묻는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카게야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내 그것이 쿠니미의 눈에 들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낸다. 아니, 몰라. 그러면 뒤따르는 것은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다. 그럴 줄 알았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에 카게야마는 발끈하지만 쿠니미가 한 수 빠르다. 저 사람 이야기, 해 줄까. 물음이라 하기에는 평이한 어조에 카게야마는 대답을 내어야 하는지 분간할 수 없어 눈만 도륵도륵 굴린다. 쿠니미는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입을 떼고 나직히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오빠에게 미움을 받았어. 그의 연인은 그런 제 오빠의 꼬임에 넘어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활로 쏘아 죽이고 말았고.”

 

바람이 잠시간의 정적을 감싸 흐트러트린다. 휘이이, 하는 소리에 카게야마는 가벼이 몸을 떤다. 추워? 묻는 말에 그래도 아니라고 자존심을 세우기도 한다. 너는 너무 알기 쉬워,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쿠니미의 입 밖으로 새는 소리는 없다. 잠시 그렇게 두 사람은 눈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반짝이는 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허리띠를 관찰하던 카게야마는 이내 관심을 잃고 다른 별들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쿠니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긴 속눈썹이 눈 아래에 살포시 닿고, 두껍지 않은 옷에 싸인 팔다리는 가지런히 바닥에 놓인다. 추위에 발갛게 언 두 볼이 아니었다면,

 

죽은 사람.”

?”

, 죽은 사람 말이야.”

 

느닷없이 꺼내지는 말에 카게야마는 눈살을 찌푸린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눈만 깜박이는 그에게 쿠니미가 말을 잇는다. 어쩌면 혼잣말일지도 모르는 것을 뱉어낸다.

 

그래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었잖아. 마지막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져가 준 거잖아. 끝으로 덧붙여지는 말은 거의 속삭임에 가깝다. 카게야마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고개를 돌리고 쿠니미를 본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섬뜩해 카게야마는 재차 하늘을 본다. 그리고 또 한참, 말이 없다. 적막이 소음보다 괴로워 카게야마는 벌떡 상체를 일으킨다. 기척이 일자 쿠니미도 눈을 뜬다. 가자, 너무 늦었어. 답지 않게 조근조근 말하는 것에 쿠니미는 조금 웃음이 날 것 같은 기분을 애써 참는다. 그래, 가자. 따라서 상체를 일으키고 팔에 묻은 눈을 턴다.

 

쿠니미, 나 등에 묻은 눈 좀 털어줘.”

 

몸을 완전히 일으키고는 제게 등을 보이는 카게야마에게 쿠니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등 뒤에 서서 눈을 털어주기만 한다. 머뭇머뭇, 조금 망설이던 그는 작게 입을 벌린다. 그러나 결국, 카게야마- 하고 뱉어내려던 이름은 입 안에 고여 나오지 못한다. 대신 그는 입 모양으로 말한다. 카게야마, 카게야마어깨 쪽을 터는 척을 하며 가까이 다가가 목께에 시선을 둔다.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괜히 추위를 탓하며 코를 훌쩍인다. 카게야마, 이름만을 그리던 입술은 이내 작게 다른 말이 되어 뻐끔거린다.

 

내 마지막도 네가 가져갔으면 좋겠어.

 

결국 털어내어진 왼쪽 어깨에 묻은 눈을 마지막으로, 카게야마의 등 뒤에 남은 흔적은 없다. 쿠니미는 재차 코를 훌쩍인다. 춥다. 무엇이 추운지는 잘 알지 못하겠다.

 

그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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