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무] 무제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깊은 심해와 같이 우울하고 비극적인 인생들을 담담하게, 건조하게, 메마르게, 써내려가는. 열 세 살 때부터 밤마다 제 팔뚝에 핏빛 흉터를 내오던 이의 인생도, 지독한 자기 혐오에 미쳐 제 안에 갇혀버린 이의 인생도, 손을 벌벌 떨며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갈구하던 이의 인생도. 한 치의 조급함도, 한 치의 연민도, 한 치의 미련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철저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감정의 개입은 조금도 없는 그 글을 누군가는 아름답다 했고, 누군가는 잔인하다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스스로의 글에 아름답다는 말도, 잔인하다는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건, 그냥, 글입니다. 딱딱히 끊어지는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리무스 루핀은 이 인터뷰가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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