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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HQ

[카게른] 9색9곡 조각파티! 2




*첫 번째 9색9곡처럼 이번에도 역시나 랜덤으로 뽑은 9곡의 노래 중 랜덤으로 뽑은 한 소절씩을 바탕으로 쓴 카게른 조각글 모음입니다! 카게른이라면 어떤 커플로 읽으셔도 좋아요:) 커플이 암시되는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샤이니-dream girl)

 

너는 늘 가까운 듯 멀었다. 너를 다 안다고 생각할 무렵에는 늘 순식간에 내 예상을 벗어났고 너를 다 볼 수 있다고 느낄 무렵에는 늘 가차없이 내 시선을 피해갔다. 나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기묘하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것이 무척이나 너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네게 끌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지 모르겠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너와 그렇게 일방적인지 상호적인지 알 수 없는 게임 같은 것을 계속하던 어느 날에 너는 기어이 내 예상도 시선도 모두 무너트리는 말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헤어져요. 이 집 카레가 맛있어요, 하는 말처럼 내뱉어진 이별 선고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말도 위로될 수는 없다고(빅뱅-blue)

 

나는 처음부터 네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이 허무하게 너의 곁을 영영 떠나버린 것은 너로서는 차마 감당하기 힘든 사실일 것이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일 것이다. 나는 슬퍼하는 너를 바라보며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네가 불쌍해서도, 네 고통에 공감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기회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끈적한 죄책감이 가슴을 먹먹하게 채워와서 괴로웠고 그래서 나는 그 괴로움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다만 네 옆을 지키며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조르고 싶은 손으로 네 등을 토닥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유통기한은 끝난 지 오래(아이유-을의 연애)

 

카게야마, 냉장고에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있어. 나는 거실에서 TV로 배구 경기를 보는 네게 소리쳤고 너는 내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버리세요, 간단히 대답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지만 그렇다고 네게 생트집을 잡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조용히 우유팩을 따 내용물을 싱크대에 흘려보냈다. 수도를 틀어 쏴 하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거실의 너를 다시 쳐다보았다. 내게는 한 치의 시선도 주지 않는 너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나는 이 관계의 유통기한이 끝난 지 오래라는 것을 자각했고 수도꼭지를 잠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래된 우유가 꼭 너와 나 같아서 나는 어깨를 떨었다.

 

 

맘이 커져가는 속도를 따라(태민-drip drop)

 

잘 지냈어, 카게야마? 머쓱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오래 전 나와 당신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그 시절의 우리는 아름답고 위태로웠으며 사랑스럽고 위험했다. 마음이 커져가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어리고 서툴었기에 우리는 무작정 입술을 부딪히고 혀를 섞다가도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렸다. 감당하기 어렵고 절제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이끌려 우리는 불꽃처럼 빠르게 타들어갔고 종내에는 회색빛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열정의 잔재를 뒤로 한 채 서로에게 등을 졌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찬란했고 잔인했던 그 끝을 떠올리며 나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고 눈살을 찌푸렸으며 당신은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예의바른 넌 하루 넣어둬(에프엑스-rude love)

 

어이, 천재 군. 이런 곳은 처음 와 보지? 그는 카게야마의 손목을 부여잡고 수많은 사람들을 헤쳐 나아가며 말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화려한 조명이 어두운 지하에서 쾅쾅 울리고 퉁퉁 튀었다. 카게야마는 그 자극이 좀체 견디기 힘든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와르르 웃으며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곳도 가끔 와 봐야지, 예의 바른 모습은 하루쯤 넣어 두고. 마침내 구석진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능숙하게 술을 주문했다. , 미성년자인데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말을 더듬는 카게야마에게 그는 다시 크게 웃었다. 음악 소리에 웃음 소리가 반쯤 묻혔다. 여기까지 따라와서 그런 걸 따지고 있는 거야? 웃기네, 천재 군. 접시에 담긴 과자를 한 주먹 움켜쥔 그는 얼떨떨한 카게야마의 표정을 보며 재차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눈빛(종현-좋아)

 

나는 네가 싫어. 나는 네 그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눈빛이 싫어, 카게야마. 아니 어쩌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나는 네가 모르는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할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니까. 내가 네게 품은 감정의 씨앗의 정체를 채 짐작조차 하지 못하던 무렵부터 나는 네 그 순진한 척 하는 시선이 싫었고 씨앗에서 싹이 나 꽃이 피게 된 지금까지도 네 그 순박한 척 하는 눈동자가 싫어. 나는 네가 싫어, 으응. 정말이야, 나는 네가 싫어. 네 그 투명한 푸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온통 망가지고 부서지는 기분이야. 그래, 나는 정말이지 네가 싫어. 소름이 끼치도록 싫어. 나를 더 이상 흔들지 마. 그만, 제발 그만해, 카게야마.

 

 

꼭꼭 더 숨어 다 찾아낼걸 널(exid-lie)

 

카게야마가 도망친 것을 알게 된 남자는 기가 찬 헛웃음을 몇 번 토하고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지가 뭔데, 감히 도망을 쳐? 씩씩대며 분노하던 남자는 의자를 내던지고 책상 위에 널부러진 종이들을 바닥에 흩뿌리고서야 다시 차갑게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도망칠 테면 도망쳐 보고, 숨을 테면 숨어봐.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어렸고 남자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숨을 거면 꼭꼭 더 숨으렴. 널 다 찾아낼 거니까. 천천히 눈을 다시 뜬 남자는 자켓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그래. 오랜만이지? , 내가 찾아야 할 게 좀 있어서. 남자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요동치고 있었다. , 별 건 아니고내 장난감. 입술 사이로 드러난 이빨이 맹수의 것처럼 날카롭게 반짝였다.

 


왜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가인-돌이킬 수 없는)

 

헤어지자, 토비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무겁게 던져진 말에 나는 내 앞에 놓인 머그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선배가 우리의 깨어져가는 관계를 왜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지 알 수 없었다. 선배의 행동의 바탕이 권태일까 귀찮음일까,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제 삼의 것일까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는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히터가 틀어진 실내로 창밖의 눈보라가 스며드는 것 같아서 나는 순간 몸을 움츠리고 손을 잘게 떨었다. 목도리에 얼굴을 묻으려다 그것이 선배가 선물했떤 것임을 기억하고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떨리는 손으로 컵만 매만지던 나는 결국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헤어져요. 창 밖보다 마음에 부는 눈보라가 더 매몰찼다.

 

 

이게 나는 사랑이었다 믿어(엑소-artificial love)

 

나는 처음부터 너를 지독하게 원했다.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를 처음 본 순간으로 시작해, 너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가지고 가두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너의 목숨까지 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지금까지 나는 너를 끊임없이 원하고 또 바랐다. 아아, 누군가는 이게 사랑이 아니었다고, 그저 집착과 소유욕으로 얼기설기 엮인 더럽고 추악한 욕망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사랑이었다 믿는다. 너를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내가 되고 싶었던 이것이 사랑이 아닐 리가 없다. 나는 창백하게 질린 네 입술에 가볍게 내 온기를 가져가 대었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사랑인지. 나는 도통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