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9곡의 한 소절씩을 바탕으로 한 총체적 카게른. 카게른이라면 어떤 커플로 보시든 상관 없습니다:) 커플링이 암시되는 글도 있습니다.
*노래 선정 기준은 제 플레이리스트 셔플 기능(...)
물러선 나의 마음을 달래고(여자친구-너 그리고 나)
그가 나를 좋아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헤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그다지 아쉽다거나 아픈 마음이 들지 않았고 다만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면, 물러서서 기다리면, 언젠가 그가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러선 나의 마음을 달래며 그렇게 한 달이고 일 년이고 기다리다 보면… 내가 완전히 틀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의 청첩장이 날아들었을 때였다. 신랑 오이카와 토오루, 똑바로 적힌 검은 글자를 보며 나는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물러선 마음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넌 꾸밈없는 나도 예쁘게 봐줄까(f(x)-snapshot)
밝음을 꾸며내는 것은 나에게 있어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헤실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쓰면 모두들 내가 하는 말에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그래서 나는 그 짓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네가 그런 나의 모습에 이끌리는 것을 알아챘을 때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알지 못했다. 선배의 웃음이 좋아요, 고백하는 네게 내 썩어 문드러져가는 속을 보일 자신이 없었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꾸밈없는 나도 예쁘게 봐줄까, 확신할 수 없었기에 속은 더더욱 새카맣게 타들어갔고 너를 향한 마음은 깊어져만 갔다.
알아봐주길 네 옆에 있는 날(샤이니-hold you)
카게야마가 오이카와 선배와 사귄다는 소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소문을 듣던 날 나는 카게야마의 반을 찾아가 대뜸 물었었다. 너, 그거 사실이야? 당연히 너는 알아듣지 못했고 나는 네 팔을 질질 끌고 빈 복도에서 재차 물었다. 오이카와 선배랑 사귄다면서, 정말이야? 너는 그제야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알아봐주길, 네 옆에 있는 날 알아봐주길 그렇게 간절히 바랐는데, 너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가고 말았다. 나는 비틀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지도 못하고 곧 수업이 시작한다며 총총 멀어져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너를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아프고 쓰렸다.
나와 함께 사라져요(태민-괴도)
좋아해요. 당신은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나는 아니에요. 나는 당황과 다른 여러 감정들로 범벅이 되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건넸다. 사실 이런 때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랐다. 특히 상대방이 나를 죽이러 온 것이 분명한 자객의 차림을 하고 있을 때에는 말이다. 당신은 내게 흰 붕대로 감긴 손을 내밀었다. 자아, 내 손을 잡아요. 어둠 속에서 당신의 연한 눈만이 반짝였다. 당신도 이런 삶이 싫잖아요.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사라져요. 유혹하듯 하는 말에는 웃음기가 가득해 나는 순식간에 신뢰를 잃는다. 싫은데요. 단호한 거절을 하자 당신의 눈 사이에 주름이 졌다.
눈을 떼지 못해 하루 종일 눈이 시려요(아이유-마음)
선배, 고백할 게 있어요. 나는 여느 때처럼 그를 훔쳐보며 눈동자를 주춤거리고 눈을 쉴새 없이 깜박인다. 선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해, 하루 종일 눈이 시려요. 눈살이 자연히 찌푸려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선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부시고 시려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는 가볍게 입술을 그러물고 마지막 한 마디를 속으로 외친다. 그게 싫지는 않아요. 소리 내어 뱉지 못할 고백을 속으로 곱씹으며 오늘도 그의 뒤로 지는 길다란 그림자만을 바라본다. 나의 마음을 영원히 알지 못하고, 알아서도 안 되는 그를 끊임없이 눈에 담는다.
이기적인 고백을 너에게 할 수도 있지만(샤이니-방백)
나는 너를 오래 바라보았고 그래서 네게 고백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네게 고백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내가 네게 고백할 용기가 없다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내세운 이유는 그것이 이기적이라는 것이였다.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는 네게 내가 대뜸 내 마음을 내세우는 것은 오직 나의 감정만을 중심에 두는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네게 고백하겠다는 마음을 고이 접고 또 접었다. 간혹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커져버려 두근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날들에는 이기적인 고백을 너에게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애써 그 심정을 눌러 참았다. 안 돼, 안 돼.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는 말에는 서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고 나는 심장에 간 금 사이로 드는 바람이 차 손만 바들바들 떨었다.
마침 부엌의 하얗고 차가운 우유를 봤어(f(x)-milk)
너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정말 온통 화상을 입은 것 같았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볍게 말을 꺼냈다. 너는 사랑스레 얼굴을 붉히더니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하냐며 작게 중얼였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네 까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토비오, 화상에는 차가운 우유가 도움이 된다는 거 알아? 너는 둥그렇게 눈을 뜨며 그렇습니까, 물었다. 나는 또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을 이었다. 너를 보고 집에 갔는데, 마침 부엌의 하얗고 차가운 우유를 봤어. 너는 내 속도 모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그 푸르른 시선을 차마 감당할 수 없어 자연스레 먼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 데인 마음을, 내가 어떻게 했게, 토비오? 대답을 원하지 않는 공허한 질문이 공기에 떨림을 전한다.
자꾸 보고 싶어서, 듣고 싶어서(가인-피어나)
왜 자꾸 그렇게 전화를 하고 그래요? 묻는 말은 날이 서지도 당황이 묻어있지도 않았지만 나는 괜스레 질책을 당한 것 같아져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다. 그게, 그게 말이지. 부끄러운 심정에 차마 너에게 무어라 대답할 수 없었지만 너는 재차 물었다.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아요? 무슨 의심이라도 드는 거예요? 오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홀로 간질대는 가슴을 애써 무시하며 헛기침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에 나는 입을 열어 그토록 고백하기 어려웠던 진심을 내기로 결심했다. 하나, 둘, 심호흡을 하고. …자꾸, 보고 싶어서, 듣고 싶어서. 그래서 계속 그렇게 전화를 하는 거야, 카게야마. 간신히 토해낸 마음 한 구석의 고백에 너는 얼굴을 붉혔고 나는 그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 너를 꼬옥 끌어안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맘속에 각인된 채 죽어도 영원히 살래(exo-monster)
내가 죽으면 너는 슬퍼할까, 카게야마? 너는 아마 슬픔보다 짙은 후회와 아쉬움을 마음에 담겠지.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슬플거야. 네 마음에 그런 식으로 박히는 것은 사양이거든. 대신에 나는 네가 내게 죄책감을 가지기를 원해. 네 삶이 끝난 후에도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죄책감 말이야. 으응, 네 손으로 나를 죽인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네 맘속에 각인된 채, 죽어도 영원히 살 거야. 그러니 카게야마, 어서 그 칼로 나를 찔러. 못할 것도 없잖아? 나를 죽이고 평생 그 묵직한 죄악의 감각에 몸서리치며 살렴. 어서, 나를 죽여. 나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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