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전력 26회 주제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참여했습니다
*호그와트 au
*자체제작 주문, 약간의 설정 날조 주의
오이카와 토오루x카게야마 토비오
한 여름 밤의 꿈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이었다. 이와이즈미는 하품을 하며 대강당의 슬리데린 테이블에 오이카와와 함께 앉았다. 이와쨩, 못생겼어- 아무렇지 않은 투로 장난스런 폭언을 내뱉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는 당장이라도 주문을 쏘고 싶었지만 그 대신 호박 주스를 들이키는 쪽을 선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 오후에는 슬리데린의 영원한 숙적 그리핀도르와의 퀴디치 시합이 잡혀 있었고, 오이카와는 이래 봬도 슬리데린 퀴디치 팀의 주장이었다. 주장을 중요한 경기 전날 아침에 쓰러뜨릴 수는 없지,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내쉬며 술처럼 주스를 마셨다. 오이카와는 그런 이와이즈미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와쨩, 나 말할 게 있는데. 갑자기 진지해지는 태도에 이와이즈미는 움찔하며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리핀도르의 그, 카게야마 토비오, 말이야.”
이와이즈미는 빠르게 생각을 굴리며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생각해내려 애썼다. 아, 내일의 시합 상대인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5학년 주전 추격꾼이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웬일로 진지하다 했더니 퀴디치 이야기였나, 이와이즈미는 그럴 만 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녀석, 재능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라이벌 기숙사의 선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주의였기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뭐, 그 녀석이 경기를 못 뛰게 꼼수를 부리자든지, 하는.
그러나 오이카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좀 다른 의미로 헛소리였다.
“걔, 좀 귀엽지 않아?”
이와이즈미는 입 안의 호박 주스를 뿜어낼 뻔 했다.
“뭔 헛소리야, 쿠소카와!”
“아니, 그니까 이와쨩.”
내가 저번에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 연습하는 거 염탐, 아니 정탐을 갔었단 말이야. 작게 속삭여지는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식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냐? 자칫하면 감점인 거 몰라?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팔을 때리며 조용, 조용! 하고 작게 타박을 내었다. 지금 감점이 중요해? 이기는 게 중요하지! 오이카와의 눈이 반짝이자 이와이즈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가 맨날 그렇지 뭐. 이와쨩, 너무한 거 아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징징대는 소리를 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염탐 가서 뭘 어쨌길래 그런 헛소리를 해? 오이카와는 아아, 하는 이상한 탄식 비슷한 것을 뱉더니 목이 타는 듯 호박 주스를 들이켰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거기 수색꾼이 되게 작잖아. 그 주황머리. 걔랑 토비오쨩이랑 얘기를 하는데, 글쎄 그 수색꾼한테 허접이라 그러면서 화내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는 거 있지?”
그 부릅뜬 눈 하며, 소리 지르는 목소리 하며,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듯한 손 하며… 꿈을 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일침을 날렸다. 변태냐? 오이카와는 순식간에 억울하다는 듯 이와쨩! 소리를 쳤고 이와이즈미는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시끄러워, 변태카와. 나도 그렇게 허접이라고 부르면서 화 내줄까? 어이 없는 마음으로 던진 말에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손 검지를 치켜들었다. 안 돼, 이와쨩. 이와쨩처럼 못생긴 얼굴로 그러면 하나도 안 귀엽다고.
이와이즈미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오이카와에게 주문을 쏘고 싶었다. 그 다음 말이 이어진 이후에는 더더욱.
“하여튼 이와쨩, 그래서 오늘 저녁에 토비오쨩 만나기로 했어!”
이게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이와이즈미는 한 손을 이마에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걔를 왜 만나? 아니, 일단 언제부터 그 녀석이 토비오쨩이었어?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대답을 들을 수록 복장이 터질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기에 이와이즈미는 단지 또 호박 주스를 위장에 들이부을 뿐이었다. 정말, 이래서 술을 마시는 건가. 입가에 묻은 주스를 손등으로 훔치자 오이카와가 더러워, 이와쨩! 하며 또 소란을 피웠고 이와이즈미는 정말 진지하게 주문을 쏠까 고민하다 결국 머글식 폭력을 행사하는 데에 그쳤다. 망토에 가려진 오이카와의 등짝에 이와이즈미의 손바닥 자국이 진하게 남았을 것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 * *
흠흠, 흐으음-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 피곤할 법도 한데, 오이카와는 저녁 식사를 하러 내려와서도 계속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저 녀석이 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하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야, 오이카와. 타르트 좀 더 먹어라. 이와이즈미는 혹시 제 오랜 친구가 정말 정신이 나간 것일까봐 걱정되는 마음을 조금 담은 타르트를 오이카와의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어머, 이와쨩… 나 좋아해? 오이카와가 또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바람에 지팡이를 반쯤 집어들 뻔 했지만. 살벌한 이와이즈미의 표정에 오이카와는 그제야 잘못했다며 꼬리를 내렸고 대신 더 어마어마하게 정신 나간 말을 뱉었다.
“오늘 고백, 잘 되라고 응원해주는 거지?”
“…뭐라고?”
놀란 마음에 반응이 한 박자 늦어졌다. 이와이즈미는 입을 떡 벌리고 오이카와를 바라보았지만 오이카와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되돌려주었다. 나 아까 토비오쨩 만난다고 했잖아.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당당한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언어의 형태를 띠지 못한 단편적인 소리만이 당황을 여실히 드러내었을 뿐이었다. 오이카와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나, 오늘 토비오쨩한테 고백할거야.
“아무래도 나, 귀여운 토비오쨩한테 반해버린 것 같거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한번 흘깃하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는 여전히 한 단어도 제대로 뱉어낼 수 없었다. 저 자식이 드디어 미쳤나? 무슨 자신감으로? 그것도 슬리데린이 그리핀도르한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온 것은 한 마디도 없었다. 나 그럼 먼저 가볼게? 토비오쨩 만나기 전에 준비할게 좀 있어서 말이야. 그 말만을 남기고 테이블에서 일어나 총총대는 걸음으로 연회장 밖으로 사라지는 오이카와에게 이와이즈미는 뒤늦게 소리를 질렀다.
“쿠소카와, 이 정신 나간 자식아-!”
* * *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잘 알지 못했다. 그, 슬리데린 주장 아닙니까? 안정적인 빗자루 조종이 특징인 추격꾼이죠. 누군가 오이카와에 대해 묻는다면 그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였고 그래서 오이카와가 저를 늦은 시간에 불러내었을 때에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오이카와는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며 매력 어필 비슷한 의도로 특유의 멋진 미소를 몇 번이고 카게야마에게 보여주었지만 카게야마가 그런 것을 눈치챌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도 선배를 만나는 것이니 교복을 나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카게야마는 약속 장소인 호숫가의 나무 앞에 먼저 나와 있는 오이카와에게로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목례까지 해가며 인사하는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으응, 토비오쨩 안녕? 암갈색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까지 해 보였지만 카게야마는 그의 의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목석처럼 서 있기만 했다. 그런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런 모습을 애써 숨기며 준비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팡이를 꺼냈다. 저어, 토비오쨩.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기 직전의 저녁 날씨는 이제 제법 선선해지고 있었고 카게야마의 검은 머리칼도 불어오는 바람에 살살 흩날렸다. 오이카와는 그 모양에 잠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또다시 침착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지팡이 끝에서 은색 빛줄기가 흘러나오더니 연하게 변해 퍼졌다. 이내 연기는 몽롱한 향기가 나는 구름이 되어 두 사람을 감쌌다. 꽃 향기 같기도, 과일 향기 같기도 한 향기가 퍼지자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흡사 꿈을 꾸며 구름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오이카와가 무슨 생각으로 제게 이런 것을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기분이 둥둥 들뜬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오이카와는 그 미소를 보고 또다시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어떡해, 나 정말 토비오쨩 좋아하나 봐. 속으로 종알거린 그는 풀밭에 무릎을 꿇고 카게야마의 한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은 아직 여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뜨뜻했다. 오이카와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나를 이렇게, 꿈꾸는 것처럼 들뜨게 해.”
갈색 눈동자와 푸른색 눈동자가 맞닿고 시선이 부딪혔다. 카게야마는 문득 오이카와가 저를 볼 때 이런 기분이라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져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오이카와의 눈에는 그 모습도 예쁘고 귀여웠기에 그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 말을 뱉을 차례였다. 마법의 효과가 떨어져 구름이 서서히 허공으로 스며들듯 사라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뱃속 깊은 곳에서 용기를 끌어모아 입을 열었다.
“좋아해, 토비오. 나랑 사귀자.”
구름은 이제 완전히 가셔 있었다.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마법에서 벗어난 카게야마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얹혀 있었다. 오이카와는 긴장되는 마음에 침을 꿀꺽 삼켰다. 카게야마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굴렸다. 그리고, 마침내 열리는 붉은 입술에 오이카와는 이제 심장이 너무 뛰어서 터져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여름의 호숫가를 울렸다.
“오이카와상, 저는…”
- 라틴어로 '꿈'이라는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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