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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ST

[벤술루] 조각글




히카루.



오랜만이에요. 히카루를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기뻐요. 정말 보고싶었어요. 이번에도 건강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으음, 당신이 주고 간 화분이 얼마나 자랐는지, 데모라가 얼마나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 하나하나 전부 말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조금 참으려고 해요. 다른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조금,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들어줄 수 있어요, 히카루? 



히카루, 나의 세상은 아주 작아요. 나는 별 것 아닌 시시한 작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예쁜 딸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하루하루 흐르는 일상은 평이하기 그지없어요. 타인의 눈에는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삶이죠. 그리고 당신은, 당신은 거대한 함선을 몰며 우주를 항해하지요. 끝이 없다고들 말하는 그 미지의 바다에서 당신은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늘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요. 사랑하는 히카루, 그곳은 내가 상상하기에는 너무 멀고 넓은 세상이에요.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열망하는, 그 광활한 우주는. 



그런 당신의 앞에서 나의 자그마한 세상을 꺼내놓는 것은 어쩌면 아주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상냥하니까, 코웃음 같은 건 치지 않을 테죠. 나는 당신의 그런 상냥함을 사랑해요. 그 누구도 무엇도 무시하지 않는 그런 마음. 아,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는데. 어쩌죠, 바보같이 당신만 생각하면 사랑스러운 점만 수도 없이 생각나버리곤 해요. 낯간지러운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고, 팔불출마냥 당신 자랑을 수도 없이 하게 되지만 싫지 않네요. 내가 히카루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나 봐요.



그래요, 나의 작은 세상은 온통 당신이에요. 나의 이 자그마한 우주는 히카루로 가득 차 있어요.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일을 해도 결국 당신으로 귀결되는 것이 내 우주의 법칙이에요. 내 마음이, 생각이 온통 히카루로 가득해서 나는 도저히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히카루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히카루가 어디엔가, 저 드넓은 우주 어디엔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그 우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나의 작은 세상은 온통 당신으로 차올라요. 



히카루를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나요. 그땐 히카루도 학생이었는데. 붉은 생도복을 입고 꽃을 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는데, 기억하나요? 나는 사실 그 날 무슨 대화를 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요. 너무 떨고 있었거든요. 웃지 마요, 히카루. 그래도 정말 진지했으니까. 그렇게 처음 만났던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네요. 늘 고맙게 생각해요. 내 좁은 세상을 당신의 끝없는 우주로 채워주어서.



나는 당신에게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아직도 나는 히카루가 내 옆에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하지만,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의 지지대가,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고,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되어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것도, 어쩌면 아주 오래. 어쩌면 당신의 평생, 나의 평생 동안에. 



히카루.



결혼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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