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카게] 봄, 봄
카게른 전력 60분 40회차 주제 '변화' 참여했습니다:) 깊은 심해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발목을 붙잡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 보아도, 더욱 단단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끌어당기고, 끌어당기는.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손에 이끌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심해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에, 고개를 젓고 팔을 휘둘러도,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운 바닷물의 무게. 그 무게에 눌리고 압도되는 그 순간에 문득, 미친듯이 휩쓸려 코 속을 가득 채우는 짠 물의 흐름에 숨이 막히고 머리가 무거워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바다, 바다만이 가득한 그 감각.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깬다. [스가카게] 봄, 봄. “간밤엔 잘 잤나요? 피곤해 보이는데.” 스가와라 코우시, 나의 봄볕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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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무] 무제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깊은 심해와 같이 우울하고 비극적인 인생들을 담담하게, 건조하게, 메마르게, 써내려가는. 열 세 살 때부터 밤마다 제 팔뚝에 핏빛 흉터를 내오던 이의 인생도, 지독한 자기 혐오에 미쳐 제 안에 갇혀버린 이의 인생도, 손을 벌벌 떨며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갈구하던 이의 인생도. 한 치의 조급함도, 한 치의 연민도, 한 치의 미련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철저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감정의 개입은 조금도 없는 그 글을 누군가는 아름답다 했고, 누군가는 잔인하다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스스로의 글에 아름답다는 말도, 잔인하다는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건, 그냥, 글입니다. 딱딱히 끊어지는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리무스 루핀은 이 인터뷰가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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