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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집착 *오이카와가 집착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굵은 노끈인지 밧줄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묶인 손목이 아리다. 고개를 최대한 뒤로 돌려 손목을 보니 드문드문 보이는 부분마다 붉게 부어오르고 까져버린지 오래다. 맨 손목을 이렇게 거친 줄로 묶어버리다니, 오이카와씨를 소중하게 대해 달라고, 토비오쨩. 네게 불만스럽게 툴툴거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더 이상 예측할 수 없었기에 눈동자만 한 번 데구르르 굴리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린다. 의자 다리에 한 쪽씩 묶인 발목도 꽤나 아프지만, 그나마 옷 위로 묶여 있으니 낫다고 스스로에게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 우리 어디까지 했더라. 곰곰히 기억을 되돌려 보자, 아, 떠올랐다. 내가 기절.. 더보기
[츠키카게] 안녕 *카게른 전력 60분 41회차 주제 ‘안녕' 참여했습니다.*카게야마 부상요소 있습니다. 따르르릉,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츠키시마는 눈을 떴다. 찌뿌등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고, 손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키다 문득 제 옆자리에 누워 잠들었던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입을 살짝 벌리고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여, 괜히 손가락으로 볼을 한번 쿡 찔렀다. 잠결에 고개를 슬쩍 돌리는 카게야마를 보며, 츠키시마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제 사랑스러운 이를 바라보던 츠키시마는, 이제 슬슬 그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에 걸린 커튼을 걷어내자 햇빛이 차르르, 침대 위로 내려들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밝은 빛에 놀랐는지, 카게야마는 잠결에 눈살을 찌푸리며 .. 더보기
[오이카게] 벚꽃, 꿈 *오이카게 전력 60분 11회차 주제 ‘벚꽃' 참여했습니다:)*영화 의 세계관을 차용했습니다.(영화에 등장하는 '림보'를 배경으로 합니다. '림보'는 꿈 속의 꿈 속의 꿈을 반복했을 때의 가장 밑바닥, 가장 깊은 무의식의 늪으로, 한 번 빠지면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무한대에 가깝게 늘어난 시간동안 머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빠져나오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 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오이카게] 벚꽃, 꿈 무의식의 바다에서 철썩이는 파도를 맞으며 깨어난다. 입과 코로 들어오는 물을 뱉어내고,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일어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불규칙하게 뻗은 회색의 높다란 건물들. 폐허가 되어 금방이라도 파스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이 음침.. 더보기
[스가카게] 봄, 봄 카게른 전력 60분 40회차 주제 '변화' 참여했습니다:) 깊은 심해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발목을 붙잡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 보아도, 더욱 단단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끌어당기고, 끌어당기는.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손에 이끌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심해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에, 고개를 젓고 팔을 휘둘러도,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운 바닷물의 무게. 그 무게에 눌리고 압도되는 그 순간에 문득, 미친듯이 휩쓸려 코 속을 가득 채우는 짠 물의 흐름에 숨이 막히고 머리가 무거워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바다, 바다만이 가득한 그 감각.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깬다. [스가카게] 봄, 봄. “간밤엔 잘 잤나요? 피곤해 보이는데.” 스가와라 코우시, 나의 봄볕과 같.. 더보기
[오이카게] 제왕, 그리고. [오이카게] 제왕, 그리고 “카게야마 왕자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난스러운 듯 비꼬는 것이 여실한 그 말투에 카게야마의 눈매가 매섭게 오이카와를 노려보았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눈을 곱게 접어가며 생글생글 웃는 오이카와의 모습을 보며, 카게야마는 그가 그 무자비한 제왕이라 불리는 인물이 맞는지 순간 의심을 품었다. 그러나 그의 칼 아래에 무릎을 꿇었던 부왕의 뒷모습이 다시금 눈 앞에 선명해지자,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카게야마는 현실을 자각했다. 그의 조국은 이제 한낱 처량한 속국에 불과했고, 한때 한 나라의 왕이었던 그의 아비는 자존심도, 명예도 짓밟힌 제왕의 종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자신은, “토비오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제 앞에서 해사히 웃고 있는 제왕 오이카와 토오루의 .. 더보기
[쿠니카게] 꽃, 나의 꽃 [쿠니카게] 꽃, 나의 꽃. 카게른 전력 60분 38회차 주제 ‘꽃샘추위' 참여했습니다:) 점심시간의 화단은 조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십대 후반의 남학생들에게 모처럼 주어지는 학교 안에서의 긴 자유시간은 화단에서 꽃을 보는 데에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녀석들과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는 녀석들로 나뉘어버리는 고등학교의 풍경 속에서, 너와 나의 화단에서의 만남은 이질적인 동시에 비밀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기집애같이 꽃이나 보러 가는 놈이라며 수군거리는 녀석들이 생기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귀찮은 일이었으니, 너와 나의 만남은 그렇게 둘만의 은밀한 비밀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너도, 나도 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니, 사실 너의 의중은 잘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 더보기
[오이카게] 데이...트? 오이카게 전력 60분 8회차 참여했습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배구에 한해서는 천재였다.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 끈질긴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모두 갖춘 이 천재 세터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배구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놀라울 만큼 부족한 것이 많았다. 학교 공부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평범한 사람 수준, 혹은 그 이하인 카게야마가 ‘배구밖에 모르는 바보' 와 같은 호칭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배구 천재’ 이자 ‘배구 바보'인 카게야마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 있지?’ 눈치였다. [오이카게] 데이...트? 카게야마가 눈치가 없다는 것 정도는 카라스노 배구부원 모두가 익히 경험해 알고 있었다.. 더보기
[시리무] 무제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깊은 심해와 같이 우울하고 비극적인 인생들을 담담하게, 건조하게, 메마르게, 써내려가는. 열 세 살 때부터 밤마다 제 팔뚝에 핏빛 흉터를 내오던 이의 인생도, 지독한 자기 혐오에 미쳐 제 안에 갇혀버린 이의 인생도, 손을 벌벌 떨며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갈구하던 이의 인생도. 한 치의 조급함도, 한 치의 연민도, 한 치의 미련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철저한 방관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감정의 개입은 조금도 없는 그 글을 누군가는 아름답다 했고, 누군가는 잔인하다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스스로의 글에 아름답다는 말도, 잔인하다는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건, 그냥, 글입니다. 딱딱히 끊어지는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리무스 루핀은 이 인터뷰가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