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e Right
내 우주는 전부 너야
“케이지.”
“케, 이….”
“다시, 케이지.”
“케, 이, 지.”
“그래, 잘 했어.”
남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부드러운 손길이었습니다. 나는 잠자코 그 손길을 받으며 눈을 깜박였습니다.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에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일전에 입술과 혀를 이용해 나의 이름을 더듬더듬 말하는 행동도 크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지요. 당연한 일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것들은 모두 아주 많은 노력들의 산물입니다. 나의 노력은 아닙니다. 나를 만든, 나의 부모들의 노력이지요. 말캉한 피부도, 새카맣고 윤기나는 머리칼도, 새하얀 피부도, 불투명한 손톱도 모두 그들의 노력입니다. 무슨 말인지 당장은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최첨단 공법과 값비싼 신소재를 가지고 제작된 안드로이드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엔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요. 맞습니다,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나는 J001-TK, 또는 아카아시 케이지라는 이름의 소년형 안드로이드입니다.
나는 이 연구실에서 설계된 첫 번째 안드로이드입니다.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나를 만든 이들은 나를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사용하고자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주 유명합니다. 천재 과학자 카게야마 토비오 선생님이 이끄는,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로봇 개발팀이지요. 그들이 새로이 도전하는 이 프로젝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셀 수 없는 시선들이 모이는 곳에서 나는 태어났습니다. 만들어졌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올바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 인간에 가깝게 설계되었다면 인간처럼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어쨌든 간에, 나는 성공작이었습니다. 아직 모든 기능이 완벽히 작동하지는 않아 이것저것 검사며 정비를 받는 중이지만 그런 문제들은 소소한 것들이라 큰 상관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팀의 리더인 카게야마 선생님이 워낙 이번 프로젝트에 열을 쏟고 있던 참이라 작은 것 하나 엇나가지 않도록 특히 신경쓰라는 지시를 내려서 어쩔 수 없다나요. 그래서 나는 만들어진 그날부터 쉴 새 없이 연구소를 바쁘게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언어만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면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이라고 해서, 요즘엔 아까처럼 발음 연습을 하는 데에 쓰는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습니다. 되도록 대화를 많이 하는 걸 목표로 하라는 지시를 받기는 했지만, 나는 사실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해 독서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래도 휴게실에서 선생님들과 얘기도 종종 하니, 크게 뭔가를 잘못하는 것은 아닐 듯 싶습니다.
다만 하나,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바로 카게야마 선생님의 태도입니다.
일전에 밝혔듯이, 카게야마 선생님은 천재적인 과학자입니다. 중교와 고교를 조기 졸업하고 일찌감치 대학에 들어가 국가의 후원을 받으며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엔 순식간에 대학원까지 수료해 어린 나이에 박사가 되었지요. 나이는 많지 않지만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분야의 유명인사라고 들었습니다. 나를 만들기 전엔 재난 구조 로봇이며 수중 건설 로봇 따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하나같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내게 내장된 지식은 그 이상으로 넓지는 않아서 그 외엔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선생님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태도가 왜 마음에 걸렸느냐, 하면.
선생님은 늘 연구실에서 바쁘게 일합니다. 밤을 새는 일도 빈번하고요. 그래서 나는 아마 선생님이 할 일이 아주 많거나, 아니면 일을 아주 좋아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둘 중에 어느 게 맞는 말인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늘 일에 열중하는 선생님이, 정작 선생님이 직접 만든 성공작인 나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주 쌀쌀맞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내가 다가가면 먼저 인사도 해 주고, 나의 말 연습에 적극적으로 응해주기도 합니다. 아까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게야마 선생님은 다릅니다. 나는 선생님 근처에도 잘 가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나를 눈에 띄게 피해 다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선생님 옆에 가게 되면, 선생님은 내가 입을 뗄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고 바쁜 척을 하며 또 가버립니다. 주로 다른 선생님들을 부르며 한눈에 봐도 전혀 급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곤 하지요. 사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자주 상합니다. 내가 실패작인 것도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나의 안위에 꽤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왜 나를 그렇게 회피하고 무시하고 없는 취급을 하는 걸까요?
그래도 나는 선생님을 아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외려 선생님에게 흥미도 많고,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가득입니다. 물론 내가 카게야마 선생님에 대해 아는 건 기본적으로 주입되어 있는 정보와, 다른 선생님들에게 전해들은 소소한 것들뿐이지만요.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카게야마 선생님이 내게만 쌀쌀맞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숫기도 없는 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나를 달래기 위해 한 소리인 것 같기는 합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은 정작 그 말을 한 선생님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내거든요. 그래도 원래 성격에 그런 면이 있다고는 하니, 최대한 이해해보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고, 내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지만 나에게 관심도 많은 사람이니까요.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은 데에는 딱히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뭔가 부끄러워서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밝히지 않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선생님들이 얘기를 나누는 걸 잠자코 듣고 있자면, 원래 인간은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상대도, 아무 이유 없이 싫은 상대도 있는 듯했습니다. 그럼 인간에 아주 가깝게 만들어진 나에게도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상대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싫은 상대가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연구실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 나를 흘긋거리는 불안한 눈길들에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제야 안도하는 미소들이 되돌아왔습니다. 나는 거기에 하나하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 뒤 연구실을 나갔습니다.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은 정말 없습니다. 세상을 더 많이 겪어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지금은 책 읽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책 속에는 온 세상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이 한가득 적혀 있으니 그걸 읽는 게 즐겁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밖에 나가게 되면 꼭 보고 싶은 것, 꼭 가고 싶은 곳,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머릿속 한구석에 적어두고 있는 중입니다. 선생님들이 내가 곧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으니 조만간 그 목록도 쓸모가 있어질 것입니다. 그 생각만 하면 신이 납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는 것도 순식간이었습니다.
한참 책을 꺼내 읽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엔 창밖이 온통 어두웠습니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실내도 어두컴컴했습니다. 나는 한 팔으로는 읽던 책을 끌어안았고 다른 한 팔은 주욱 뻗었습니다. 뻗은 팔로 허공을 더듬거리며 미약한 달빛에 의지해 스위치를 찾아 걸어가던 중에, 어디선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같았습니다.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실눈을 떴습니다. 약한 불빛 같은 것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스위치를 찾는 대신 그 불빛 쪽으로 가보기로 결정한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불빛은 더 환하고 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나는 그 불빛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 위의 작은 독서등이었습니다. 독서등 앞의 책상에는 누군가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등이 느릿하지만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였습니다. 나는 그 등이 이상하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책상 바로 앞까지 가니 하얀 빛에 비춰진 얼굴이 분명해졌습니다. 그건 바로 카게야마 선생님이었습니다.
입을 조금 벌리고 숨을 쌕쌕 쉬며 곤히 잠든 선생님의 얼굴을 나는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잘생긴 얼굴이란 건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새삼스레 더 잘나 보였습니다. 실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조금 묘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흘러내린 앞머리 쪽으로 손을 뻗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습니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이 화들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은 아주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세가 불편해 보여 선생님을 깨울까 잠시 고민도 해 보았지만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늘 바쁘고 피곤한 선생님이 자는 걸 깨우는 건 정말로 나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선생님이 깨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선생님의 옆에 서서 얼굴을 빤히 보다가 조용히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선생님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선생님에게 관심을 가져도 선생님에게 그걸 표현할 기회는 도통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늘 한결같이 나를 피했으니까요. 그러니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명했습니다. 선생님이 왜 나를 피하는지를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나는 카게야마 선생님과 가장 오래 알고 지냈다는 A 선생님이 휴게실에 갈 때를 노렸습니다. 우연인 척 선생님이 앉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는 발음 연습을 핑계로 말을 걸었더니, 선생님은 흔쾌히 대화에 응했습니다. 영양가 없는 가벼운 이야기를 이것저것 주고받다가 내가 슬쩍 카게야마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카게야마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며 A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선생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습니다. 선생님도 카게야마 선생님이 날 피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A 선생님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이, 왜 저랑 대화를 하지 않죠?”
“무슨 소리니, 케이지. 선생님이 바쁘셔서 그렇지.”
그러고는 억지로 허허 웃음을 짓는 것에서 나는 확신했습니다. A 선생님은 카게야마 선생님이 나를 왜 피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불쌍한 얼굴을 해 보이며 선생님에게 애원했습니다.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말하며 울상을 짓자 선생님은 결국 항복 선언을 했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대신 내가 이 얘기 했다는 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알았지?”
“네, 물론이죠.”
“그래 그럼….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
그러고는 A 선생님이 해 준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이 어린 시절 처음 천재 소리를 듣던 시절까지 갔지요. 선생님은 그 때부터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시 과학자이자 공학자였던 선생님의 부모님은 선생님이 천문학보다는 로봇 공학에 더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선생님의 의도와는 달리 로봇 공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렇게 연구원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자신이 제작한 로봇들에 신경은 쓰지만 애정을 갖는 일은 드물다고 합니다.
그 얘기까지 슬쩍 털어놓은 A 선생님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 막막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무런 말이나 뱉어놓고 A 선생님이 다시 업무에 복귀한 다음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이 나를 피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란 생각은 해 보지 못해서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것을 포기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처음으로 만든 안드로이드니까, 다른 로봇들을 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을 좀 더 관찰하며 따라다녀 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의 점검에서 내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나는 바로 내가 투입될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내가 할 준비라고는 컨디션 유지 정도뿐이었지만 카게야마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총 책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평소의 배로 일을 하는 것 같은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닐 정도로 내가 눈치가 없지는 않았으므로 생각한 대로 뭘 하지는 못했지만 괜찮았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 친해져도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프로젝트 개시 전날이 되었습니다. 나는 하루 종일 온갖 검사며 점검을 받고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풀려났습니다. 프로젝트는 연구소 밖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해서 나는 오랜만에 들떴습니다. 드디어 바깥세상을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신이 난 나는 또다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뭘 할지 적어놓은 쪽지를 숨겨둔 책이 도서관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의외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도서관을 나서는 카게야마 선생님을 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선생님은 웬일인지 평소처럼 나를 지나쳐 걸어가지 않고 나를 빤히 응시했습니다. 이상하게 눈이 조금 충혈되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만 깜박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한참 서서 나를 보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작게 중얼거렸지요.
“내가 이래서 너한테 정을 안 주려고 한 건데.”
“네?”
“어차피 보내야 할 거, 정말 정 안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마침내 나를 지나 복도로 걸어가 버리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래서 정을 안 주려고 했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참 차를 타고 이동해 간 곳에는 거대한 로켓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소의 선생님들과 그 쪽의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습니다. 한참 그들의 말을 엿듣던 나는 곧 눈치를 챘습니다. 이 프로젝트라는 것이, 나를 저 먼 우주로 보내는 것임을요. 나는 이제 한 번 쏘아 올려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로켓에 실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광활한 암흑으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 카게야마 선생님은 그래서 나를 피했던 겁니다. 내게 애정이 없던 것이 아니라, 내게 애정을 주는 것이 두려웠던 겁니다. 일의 진상을 알게 된 나는 도리어 웃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선생님을 꽉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내 우주는, 내가 우주에서 생각할 것은, 전부 선생님이라는 말을요.
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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