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HQ 썸네일형 리스트형 [카게른] 단문 모음 고시카게눈이 왔다. 수업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창밖의 하얀 눈송이들은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그저 다시 하품을 할 뿐이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그 무엇에도 영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물론 배구야 예외였지만. 그러나 오늘은 배구 때문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설레야 하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하늘에서는 올 겨울 처음으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고, 하얀 눈으로 덮인 교정은 평소와는 다르게 제법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비록 지금 몸은 교실에 앉아 지루한 수학 수업을 듣고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어딘가 먼 곳을 떠돌고 있어야 할 그런 날이었다는 뜻이다. 거기다가 심지어, 오늘은 그의 생일이 아니던가. 교실 한켠에 붙어 있는 하루씩 .. 더보기 [시라쿠니] 붉은 *사약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시라우시 요소가 있습니다. 그건 쿠니미 아키라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체 하는 것 같으면서도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기묘한 표정. 검은색에 가까운 고동색 눈동자에 담긴 것은 일종의 경멸인 동시에 애정이었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을 깊숙이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시렸다. 시라부는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먼지라도 들어간 듯 불편한 뻑뻑함이 일었다. 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눈부신 해를 맨눈으로 보려 하는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아아, 이런 건 싫은데. 어지러이 뒤섞인 생각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짜증스럽게 눈을 비볐다. 모래알이 잔뜩 들어간 것 마냥 까끌까끌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시라부는 쿠니미를 바라보았다. 소년의 가지런히 정.. 더보기 [카게른] 조각글 백업 [쿠니카게] 얼음 눈과 얼음뿐인 새하얀 땅 위에 검은 것은 오직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흐릿한 두 눈동자뿐이었다. 어디일까, 여기는. 소년은 두어 번 눈을 끔벅이다가 이내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 위로 걸음을 놓았다. 자박자박 눈을 밟으며 걷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퍼졌다. 때마침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살 속까지 파고들었지만 소년은 텅 빈 눈동자를 들지 않았다. 목적지가 없는 느릿한 걸음을 걸으며 소년은 가슴 한 구석에 기이한 불편함이 맺혀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또 하나의 검은 것이었다. 의미도 형체도 알 수 없는 그 새카만 무언가를 소년은 토해내고 싶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나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갈라지고 바스라지는 소리의 덩어리들이어서 소년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가다듬은 목소리로 .. 더보기 [쿠니카게] Infinity *사망소재(자살 암시) 주의 카게야마 토비오가 무한의 연구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소문은 이미 학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건 무모한 짓이지, 안 될 일이야. 보수적인 이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였고, 다소 급진적인 이들마저 그에게 우려를 표했다. 카게야마, 나는 자네가 그 연구에서 손을 떼기 바라네. 그를 걱정하는 말들은 그가 고개를 가로저을수록 아득히 멀어졌고 이내 완전히 멎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득 채운 것은 그를 향한 비난들이었다. 저렇게 독선적이어서야, 원. 우리가 괜히 걱정해 주는 것 같나? 무한의 영역을 인간이 어떻게 감히 건드리겠나. 인간의 힘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한데, 무슨 답을 찾겠다고 저러는지. 그를 둘러싼 수군거림은 점차 거세졌고 마침내 카게.. 더보기 [쿠니카게] 경계 *쿠니카게 전력 주제 '너를 위해' 로 참여했습니다.*영화 인셉션 au입니다.*실제 죽음은 아니나 꿈 속의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시야가 잘게 흔들렸다. 쿠니미는 떨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눈부신 빛과 화염과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이 빙빙 돌았다. 어지러이 흩어지는 풍경 사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카게야마의 뒷모습이었다. 카게야마, 쿠니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이름은 그 주인에게 들리지 못했다. 금고를 향해 무작정 뛰기 시작하는 모습이 눈에 박히자 쿠니미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카게야마! 크게 외친 이름을 놓쳤을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게야마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쿠니미는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저 고집쟁이, 멍청이, 바보. 잇새로 속사포처럼 비난이 쏟아졌으나.. 더보기 [카게른] 상상의 자유 상상의 자유 햇살이 눈부시던 그날의 연습은 평소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 심지어는 스트레칭 동작 하나하나까지 별난 것이 없었기에 ‘그 일’이 있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그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일이 벌어진 것은 별다른 사건 없이 연습이 끝나고 모두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히나타는 리시브 연습에 열중한 나머지 발갛게 부어오른 팔뚝을 식히려 수돗가에 다녀오던 참이었고, 스가와라는 목이 타 병에 든 드링크를 마시던 중이었다. 타나카와 니시노야는 또 무슨 이야기인지 열을 내며 떠들고 있었고, 아사히는 그 옆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우카이와 무언가를 의논하는 다이치와 엔노시타의 뒤로, 야마구치는 바닥에 앉아 쉬는 츠키시마의 옆에서 무언가를 조잘거렸.. 더보기 [쿠니카게] Amnesia Amnesia이것은 기억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쿠니미 아키라는 태어나기를 선택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태어났다. 그는 제 기억의 용량을 알 수 있었으며 그 속에 어떠한 것을 담아낼지를 골라낼 수 있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작정한 것은 그가 잊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어떤 수를 써도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가 흘려보내기로 작정한 것은 다시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능력이 발견된 것은 그가 아주 어릴 때였다. 소통이 가능할 만큼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아들이 기억을 설명하는 모양이 남들과 다른 것을 눈치 챈 부모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 온갖 검사를 받게 했고 결국 그가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아이는 즉각 온갖 실험의 대상이 되었.. 더보기 [쿠니카게/오이카게] 조각글 백업 ! 사망소재(자살) 주의 ! 쿠니미 아키라x카게야마 토비오 우리는 파훼된 인생을 살며 종말을 향해 걸었다. 같은 길을 걷되 함께 걷는 것은 아니었고 나는 그것이 아파서 검게 울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우리는 걸었고 우리의 뒤로 남는 발자욱은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했다. 나는 나의 존재를 의심했고 너는 너의 존재를 의심했다. 철저히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이었다. 나는 네 입에 물린 담배가 애처로웠고 너는 내 손에 들린 진한 커피를 쳐내고 싶어 했다. 우리는 중독자들이었고 스스로의 중독에는 무뎠으나 서로의 중독에는 예민했다. 지독하게 이타적인 동시에 이기적이었다. 너는 나와 같이 죽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하나의 죽음이 아닌 각각의 죽음일 것을 직감했고 거절을 표했다. 죽고 싶지 않아? 너는 물었고 .. 더보기 [오이카게] Phobia *월간 오이카게 2호에 참여한 글입니다. 오이카와 토오루x카게야마 토비오Phobia 어릴 적 살던 시골 마을의 이웃은 개를 키웠다. 까슬한 갈색 털로 덮인 마르고 작은 몸과 삐죽하게 튀어 나온 주둥이, 검게 반짝이던 코와 쫑긋거리는 세모난 귀를 가진 놈이었다. 녀석은 왼쪽 뒷다리를 조금 절었는데, 길에서 떠돌던 것을 데려다 키우는 것이라 주인도 그 연유를 알지 못했다. 무슨 사고를 당한 게 아닐까, 아니면 혹 누가 해코지를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듯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러나 녀석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녀석은 그런 다리를 하고도 졸랑졸랑 이곳저곳을 잘도 돌아다녔고 해질녘이 되면 제 집을 찾아 되돌아오곤 했다. 제가 있을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게지, 주인은 그리 말했고 나는.. 더보기 [우시카게] 아6대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